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 필요
의과대학 시절 약초나 약용식물에 대해 배워본 것은 한의학개론 1학점짜리가 전부였다.
그런데 임상에서 만나는 암 환자들 중 상당수는 약용식물로 만든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고 있었고 그 효능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환자의 무지에 대해 질타하는 마음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을 미혹하는 상술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의사들은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체요법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많은 암 환자들과 가족들은 병원 대합실이나 입원실에서 오가는 정보들에 마음이 흔들린다.
가족이 암으로 투병 중일 때 병원의 말만 믿어야 하는가, 민간요법 또는 대체요법 또는 보완요법으로 불리는 것들을 병행해야 하는가, 라는 것은 현실 속에서는 큰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투병으로 몸이 약해진 사람을 놓고 이것저것 좋다는 것을 다 실험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의사 말만 믿고 얼마 후면 죽게 될 거라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손써보지 못한 채 그저 시간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일 게다.
암 환자들은 다양한 요법에 대해 귀가 얇아질 수밖에 없고, 주변사람들도 이것저것 싸들고 찾아오거나 끊임없이 권유한다.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하면 여기저기서 좋다는 것을 엄청 많이 소개해 준다.
꼭 나쁜 의도에서만 얘기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주변 지인들이라면 자신이 써보고 효과가 있었던 것들을 얘기해 주는 것일 테지만 다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플라시보 효과였는지도 모르지만 증명할 길은 없다.
정통의학에 의존하는 서구 세계의 치료와 전통적인 민간 치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저개발국가의 암 완치율을 비교해 보면 60%와 20%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의 80% 정도가 식물을 약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약 19% 정도의 환자들이 약용식물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하는 것이 현실이다.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수술이라는 표준 치료는 진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환자에게 크고 작은 신체적, 정서적 부작용을 수반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삶의 질을 향상하고 후유증을 피하기 위해 보완요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통증 완화에 대해 주류 의학에서 주는 도움이 부족하다는 점, 의료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인간적인 케어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개인에 맞춰 편안함을 제공하려고 하는 보완요법을 마냥 탓할 수만도 없다.
이제는 오히려 환자들이 이런 약용식물이나 건강식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