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스트레스가 만든 심장병 ‘스트레스성 심근병증’

휴먼엠피 2019. 10. 3. 20:57
반응형


분노, 슬픔, 우울 등 감정기복으로 가슴에 이상 증상 느껴

 


별다른 지병이 없던 54세 한 여성이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으로 시행한 검사에서 급성심근경색증이 의심되어 곧바로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관상동맥은 정상이었다. 환자는 최근 노점에서 떡볶이 장사를 해왔는데 인근 상인의 신고로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었고, 생계가 막막해져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입원 1주일 만에 환자의 심장은 정상을 되찾았고 아무런 합병증 없이 퇴원했다. 처음에 급성심근경색증이 의심되었던 환자가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으로 확진 된 사례다.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은 일명 타코스보(tako-tsubo) 심근병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타코스보는 일본에서 문어(tako) 잡는 데 사용하는 항아리(tsubo).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처음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을 발표할 때 심장 모양이 마치 일본 전통 어구인 문어잡이 항아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병명이다.

 

심실 첨부(apex)의 심장근육은 기능이 마비되어 수축되지 않는 반면, 심실 기저부(base)는 정상적으로 수축되어 심장이 수축될 때 마치 부푼 풍선 같은 모양을 보이는 것이 특징인 급성심부전증이다. 급성심근경색증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발표 초기에는 대부분의 환자가 폐경 이후 60세 이상의 여성이고, 거의 감정적 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후에 발생한다고 보고되었다.

 

배우자나 연인과의 다툼이나 갈등,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나쁜 소식, 가족과의 사별 이후 잘 발생되어 실연증후군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후에는 이웃과의 사소한 갈등이나 다툼, 자존심 상하는 상대의 언행, 대중연설 전이나 의료 시술 전의 두려움 등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다양한 스트레스도 유발인자로 작용한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감정적 스트레스 이외에도 다양한 질병 등으로 인한 신체적인 스트레스도 주요 유발 인자로 작용하는 사례, 뚜렷한 스트레스 요인을 찾을 수 없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보고되고 있다.

 

증상은 관상동맥이 막히는 급성심근경색증과 비슷해 심한 가슴통증,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심전도 검사에서도 심근경색증과 유사한 변화를 보인다. 그래서 병원에 도착하면 보통 응급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하게 되지만 특별한 이상이 관찰되지 않는다.

 

그러나 심장의 심실근육은 심근경색증과 유사하게 펌프질을 제대로 하지 못해 혈액을 전신으로 원활하게 순환시키지 못해 급성심부전 증세를 초래하게 된다.

 

스트레스가 해결되거나 시간이 경과하면 심부전에 대한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대부분의 환자가 후유증 없이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끔은 치명적인 부정맥이나 기저 질환의 악화 등으로 인해 사망이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얼마 전 학술지 NEJM에도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의 사망이나 합병증 발생이 급성심근경색증에 버금간다고 보고되었기에 대부분 환자가 저절로 회복되는 가벼운 질환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치료는 아직까지 기저질환 치료와 감정적 지지, 그리고 급성심부전에 대한 보전적인 약물치료 정도다. 급성심부전에 의한 호흡부전, 심인성 쇼크, 또는 심각한 부정맥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세심한 감시와 적극적 심부전 치료가 스트레스성 심근병증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데 제일 중요하다.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의 흥미로운 점은 어떤 사람은 소소해 보이는 스트레스에도 발병되지만 어떤 사람은 견디지 못할 것 같은 막중한 스트레스에서도 발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개인적인 차이로 추측된다.

 

과거나 현재나 인생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오인될 수 있는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은 우리가 잘 몰랐을 뿐 새로 생긴 병은 아닐 것이다. 분노, 슬픔, 우울, 미움 같은 급격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가슴에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글, 사진=이세환 교수 /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심장내과>

 


반응형